토요일인데도 아침 일찍 학원에 가야 한다는 세주에게 아침을 먹여 보낸 뒤, 영우는 커피잔을 앞에 놓고 식탁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 자리에 앉아 선재와 함께 세주에게 혼이 나던 때가 떠올랐다. 생각하니 그 모든 일이 꿈만 같았다. 선재는 사라졌고, 영우는 어떻게든 이렇게 살고 있었다. 잘 돌아가서, 잘 지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은 하...
영우는 턱 끝에 매달린 물기를 손등으로 쓰윽 훔쳤다. 밤새 한숨도 못 잔 탓인지 눈앞이 자꾸만 흐려지고 정신이 몽롱하기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화장실로 가 찬물로 세수를 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다행히 선재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까지 영우에게 별다른 말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떠나기 전에 정리해야 할 일이 많은지 꽤 바쁜 듯 보였다. 이런 와중에도 그...
선재는 어젯밤 이후로 열 번도 더 읽은 것 같은 이메일을 다시 열었다. 그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무리 되풀이해서 읽는다고 해도 내용이 달라질 리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영우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가림막 때문에 겨우 정수리만 보였지만 선재는 한참 거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영우가 몸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자...
“흐흐흥……” - …… 어딥니까, 지금. 전화를 받자마자 말도 없이 그저 실실 웃기만 하는 영우 때문에 선재는 슬그머니 불안해졌다. 오늘은 친구와 약속이 있다기에 지금쯤은 들어갔나 싶어 걸어본 전화였다. 주변이 소란스러운 걸로 봐선 아직 자리가 덜 끝난 듯싶었다. “그게…… 흐흐, 흐흥.” - 왜 이렇게 웃어요, 그렇게 재미있어요? 야, 뭔데. 옆에서 일행...
선재는 영우의 자리를 한번 흘끔 바라본 뒤 방금 받은 휴대폰의 메시지를 재차 확인했다. - 오늘 퇴근하고 저랑 잠깐 이야기 좀 하시죠. 건너편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발신인은 현진이었다.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이걸 영우에게 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게 고민인 것이었다. 영우를 속이는 것은 정말로 내키지 않았지만...
건물의 입구에서 영우의 모습이 나타나자마자 선재가 얼른 차에서 내려 그에게로 다가갔다. 영우는 선재의 얼굴을 보며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죄송합니다. 걱정 많이 하셨죠?”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저 그런데……” 영우가 선뜻 입을 떼지 못하고 땅만 쳐다 본 채 머뭇댔다. 일단 내려오긴 했는데 막상 선재의 얼굴을 보니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담배를 비벼 끄며 영우는 은행 어플을 실행했다. 이번 달도 아슬아슬하군. 화면에 뜬 귀여운 잔액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어제 세주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로 영우는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다른 과목들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영어가 오르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계속 이대로라면 지원하려는 학교는 어려울 거라고.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 방임하고는...
지방 출장 때문에 오늘은 아예 출근을 하지 않았던 선재에게서 연락이 온 것은 퇴근 무렵이었다. 외근이 끝난 뒤 집에 돌아와 거래처에 보낼 자료를 작성하고 있는데, 그쪽에서 갑자기 사전에 언급하지 않았던 자료를 요구한 모양이었다. 오늘까지 보내야 하는데 회사까지 데이터베이스 접속 보안키를 담아 놓은 USB를 가지러 가기엔 시간이 빠듯하니 영우더러 좀 가져다 ...
“추워? 이 날씨에 웬 목 티?” 가까이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박 대리가 가림막에 팔을 걸친 채 물끄러미 영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어어.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감기 기운은 무슨. 선재가 만들어 놓은 장렬한 정사의 흔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은 옷이었다. 그날 집에 돌아가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간 영우는 거울 속의 제 모습을 보고 경...
회의 시간에 늦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썩 이르게 도착하지도 못했다. 차로 리조트를 대충 한 바퀴 돌아보고 미팅 장소에 도착하니 시간이 딱 맞았다. 워터 파크가 딸린 리조트는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간단한 미팅이라던 선재의 말과 달리 회의는 꽤 본격적이었다. 인수를 당하는 입장이니 디에이 리조트 쪽에서 브리핑이 많았다. 물론 선재의 요구도 많아...
“뭔 출장을 주말에 가, 그 놈의 회사는.” 세주가 투덜대며 토스트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영우가 그런 세주의 가볍게 머리를 헤집었으나 그는 귀찮다는 듯 그 손길을 피했다. “그러게 말이다. 세주야, 먹고 사는 게 이렇게 힘들다.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 해.” “공부 열심히 한다고 돈 많이 벌던 세상 끝난 지가 언젠데. 요즘은 돈 많은 집 자식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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